지난해 교육부가 복잡한 입시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은 대학별로 수시는 크게 학생부 위주(학생부 교과 전형, 학생부 종합 전형), 논술 위주, 실기 위주 등 3가지 유형으로, 정시는 수능 위주, 실기 위주 등 2가지 유형으로 줄이고, 자격기준이라기 보다는 당락을 가르는 기준이 되었던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와 우선선발 금지, 교과중심의 문제풀이식 구술면접과 적성고사 지양, 제출서류 간소화, 스펙쌓기로 변질되어 가는 특기자 전형 축소하는 것이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2015학년도 수시모집요강을 발표한 지금, 은밀하게 정부의 대입 간소화 정책에 역행하여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들의 꼼수가 수시모집요강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수도권 15개 주요대학의 수시 전형수는 총 153개로, 이중 학생부 위주 전형이 64.71%에 달한다. 이는 정부의 '학생부 반영 내실화'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이중에 실제로 학생부 교과 성적을 의미 있게 반영하는 전형은 얼마나 되는지 짚고 넘어 갈 필요가 있다.

  '학생부 위주'라는 이름이 붙은 전형은 학생부 교과 성적과 출결 점수, 봉사활동 점수 등과 같은 비교과 성적을 반영하여 선발하는 학생부 교과 전형과 입학사정관이 학생부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잠재력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있다. 학생부 위주(학생부 교과 전형, 학생부 종합 전형) 전형은 겉으로만 보면 학생부 교과 성적을 가장 의미 있게 반영해 선발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전형에는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숨은 평가 기준이 있다.

  그 예로 고려대의 2015학년도 수시모집요강을 보면, 여러 전형 중 '논술 위주'로 구분된 전형은 없다. 하지만 고려대는 여전히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통해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수시 논술전형은 어디로 간 것 일까? 고려대는 일반전형에서 지난해까지 학생부 50%, 논술 50% 반영하였던 것을 올해는 학생부 55%, 논술 45%를 반영해 선발하는데, 교육부와 대교협에서는 반영비율이 50% 이상인 평가요소를 중심으로 전형을 구분하기에 5%의 적은 변화로 논술위주 전형이 학생부위주 전형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반전형의 학생부 실질 반영비율은 50%에 미지지 못하므로 해당 전형을 명목상 반영비율이 50%를 넘는다고 해서 단순히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구분하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다.

  그 외에도 올해 신설된 연세대 학생부 교과 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 교과 100%, 2단계에서 학생부 교과 70%, 비교과 30%를 반영해 선발한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별도로 제출하지 않지만 인문계열은 국어B, 수학A, 영어, 탐구 영역 중 2개 영역 등급 합 4이내, 의학계열을 제외한 자연계열은 국어A, 수학B, 영어, 과학탐구 영역 중 2개 영역 등급 합 5이내의 높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교과성적보다 수능성적과 비교과 30%가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제출서류 중 하나인 자기소개서에 숨은 기준이 있다. 올해 변경된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은 ①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 ②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 ③학교 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을 서술하는 공통문항과 대학별로 하나의 자율적인 질문을 하는 자율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공통문항 1번의 학습경험은 학교 내에서 다양한 프로젝트 학습을 경험한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문항이다. 또한 서울대 일반전형 등에서 제출하는 '학교소개자료' 역시 특목고·자사고 등을 우대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결국 올해 입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기준들이 '대입 간소화'라는 그늘 아래에 숨어 있어,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기준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이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대학입시에 대한 정부의 형식적인 대응과 대학의 욕심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돌아가게 된다. 앞에서 이끌어 가는 정부의 치밀한 준비와 그에 대한 대학의 협력으로 겉치레가 아닌 실질적인 대입 간소화가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작성 : 메가스터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