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올해 수능 출제방향을 마지막으로 확인할 수 있는 9월 평가원 모의고사(이하 9모)에서 국어 수학 만점자가 의대정원에 맞먹으며 최상위권 변별이 불가한 시험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평가원이 발표한 ‘2025수능 9모 채점결과’를 살펴본 결과, 국어 만점자가 4478명, 수학 만점자가 4736명으로 의대 정원 4485명과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점을 맞더라도 의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변별이 불가한 셈이다.

9모가 국수영 모두 변별력 없는 시험으로 출제되면서 사실상 ‘수능 가늠좌’인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심화하고 있다. 특히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36점으로 2022통합수능 도입 이래 최저치, 국어는 129점으로 2022 9모 127점 이래 최저치이다. 영어 역시 1등급 비율이 10.94%로 국수영 모두 변별력 없는 시험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차례의 평가원 모평 난도가 역대급으로 극단적으로 쉽거나 어려우면서 수험생들의 학습 전략엔 비상이 걸렸다. 6모의 경우 국어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각 148점 152점으로 ‘불수능’이라 불린 2024수능의 국어 150점, 수학 148점과 비슷하거나 더 어려웠다. 심지어 영어의 경우 1등급 비율이 1.47%로 2018학년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래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실제 수능은 다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습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와 수학은 6모 수준으로, 영어는 9모보다는 다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습해야 한다”고 조언을 건넸다.

<’국수영 모두 쉬웠던 9모’.. 표점 최고점 국어 129점, 수학 136점>
수능 가늠좌인 9모가 국수영 모두 쉬운 물모평으로 결론났다. 올해 9모의 국어 표점 최고점은 129점으로 2022학년 9모 127점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수학은 136점으로 2022통합수능 도입 이후 수능/모평 전체 11차례 시험 중 가장 쉽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의 경우 2024 9모 144점이 최저치였다.

특히 영역별 만점자가 증원된 의대 모집정원인 4485명에 맞먹는다. 각 영역별로만 최상위권을 변별한다고 생각하면 최상위권 분별이 아예 불가한 셈이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동점자(만점자)는 4478명이다. 6모의 경우 83명, 2024수능 64명과 비교하면 매우 많은 인원이 최고점을 받은 것이다. 수학의 경우 표점 최고점 동점자는 135명이지만 이는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차에 따른 격차인 것으로 분석된다. 표점 135점은 4601명이다. 종로 임 대표는 “표점 136점과 135점은 미적분/기하 과목 간 차이로 볼 수 있으며 표점은 다르지만 원점수 기준으로는 표점 136점과 135점은 만점자로 추정된다. 사실상 수학도 만점은 4736명으로 의대정원 4485명을 초과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영어 역시 1등급 비율이 10.94%로 인원은 4만2212명에 달한다. 임 대표는 “영어 단일 과목으로서는 서울권 주요 대학에서조차 변별력이 없다”고 전했다.

이미 9월모평 종료 직후, 교육현장에서는 평가원의 두 모평 난도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9모의 경우 본수능 전 평가원 주관 마지막 모평인데다 N수생이 대거 합류하는 ‘가장 객관적인 수능 가늠좌’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물모평으로 출제됐다. 수험생 입장에선 극단적인 난도 격차에 혼란만 가중된 셈이다. 특히 올해는 왜곡된 입시지형에서부터 누적된 N수 열풍에 의대증원까지 맞물리며 역대 최대 N수생이 예고된 상황. 기존 학과별 모집인원을 뒤흔든 무전공 확대 영향으로 예년도 입결 역시 물거품이 됐다. 맞물린 변수들에 최악의 입시 환경이 마련된 상황에서, 평가원마저 혼란을 보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대표는 “9월 모평이 실제 수능으로 출제시 의대, 서울대 등 최상위권에서는 수능점수상으로는 변별력 확보가 불가능하다. 특히 서울대는 탐구과목에서 과목간 점수차를 조정하는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하지 않고, 표준점수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대는 탐구과목 난이도 유불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는 구도의 시험 수준이었다”고 꼬집었다.

<탐구.. 지Ⅱ 74점, 윤사 72점 ‘최고’ 생윤/한지/정법 66점, 물Ⅰ 62점 ‘최저’>
탐구에서도 과목 간 표점 격차가 뚜렷했다. 특히 과탐의 경우 표점 최고점을 기록한 지구과학Ⅱ가 74점, 최저점을 기록한 물리학Ⅰ이 62점으로 두 과목간 격차가 12점에 달한다. 과목별 표점 최고점을 살펴보면 사탐은 윤리와 사상 72점, 세계지리 71점, 세계사 70점, 경제 69점, 사회/문화 68점, 동아시아사 67점, 생활과 윤리/한국지리/정치와 법 각 66점이다. 특히 한국지리의 경우 1등급 컷이 50점 만점이었다.

과탐은 지구과학Ⅱ 74점, 생명과학Ⅱ 73점, 화학Ⅱ 71점,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각 69점, 물리학Ⅱ 68점, 화학Ⅰ 67점, 물리학Ⅰ 62점 순이다. 과탐 과목간 점수차도 크게 발생했으며 물리Ⅰ은 사실상 상위권 변별력이 없는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 대표는 “과탐에서는 물리Ⅰ 표준점수 최고점이 62점이고, 표준점수 최고점 만점자는 6788명 발생했다. 응시자 대비 13.7%가 만점자인 셈이다. 상위권 변별력이 없고 만점자 대량발생으로 2등급이 없는 상황으로 난이도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과목별 응시자 수의 경우 사탐은 사회/문화와 생활과 윤리가 가장 많았으며 과탐은 지구과학Ⅰ과 생명과학Ⅰ이 압도적이다. 사탐은 사회/문화 13만9124명, 생활과 윤리 13만967명, 윤리와 사상 3만2830명, 한국지리 2만9801명, 세계지리 2만6298명, 정치와 법 2만5726명, 동아시아사 1만4674명, 세계사 1만2726명, 경제 5395명 순이다. 과탐은 지구과학Ⅰ 12만580명, 생명과학Ⅰ 11만1527명, 물리학Ⅰ 4만9511명, 화학Ⅰ 3만7032명, 물리학Ⅱ 4976명, 화학Ⅱ 5052명, 생명과학Ⅱ 6877명, 지구과학Ⅱ 4748명이다.

<”실제 수능 난도 올라갈 것” 난도 상승 대비한 학습 필요>
전문가들은 본수능의 경우 난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작년 수능과 6모가 어렵게 출제된 만큼 9모는 쉽게 출제됐다. 다만 전체적으로 쉽게 출제될 경우 최상위권 변별이 어려워지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수능 난도는 보다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웨이 이 소장 역시 “실제 수능 난도는 6모보다 쉽고 9모보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험생은 어려운 수능을 각오하고 학습해야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종로 임 대표는 “영어 난도가 매우 불규칙한 양상으로 9모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나왔더라도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난도 또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학습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안정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