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학자로 유명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29일 제77회 서울대 학위수여식 축사에서 ‘공정’을 강조했다. 그는 모교인 서울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며 “서울대 졸업생으로서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서울대는 매년 총장단을 포함한 보직 교수 협의를 거쳐 졸업생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을 축사 연사로 선정해왔다. 올해는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학문의 흐름인 통섭을 제기한 생태학의 선구자인 최 교수를 선정했다. 특히 최근 중시되는 ‘융합’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고, 과거 모교 교수로도 존경받으며 오랜 기간 재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전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개최된 서울대 후기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978명, 석사 1200명, 박사 656명에게 학위가 수여됐다.
최 교수는 이날 “불공정한 공평이 아닌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표준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공정은 가진 자의 잣대로 재는 게 아니다. 가진 자들은 별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는다"며 "키가 작은 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하고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서울대 제77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연사로 초청되어 공정하고 따듯한 인재로 성장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최 교수는 생태학의 선구자로 불린다. 서울대 동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귀국해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부터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특히 2007년에는 국내 최초로 에코과학부를 창설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엔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 맡았으며, 올해 2월 다윈의 학문적 후계자 12명과 연쇄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물인 ‘다윈의 사도들’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 교수는 양심과 공정을 바탕으로 한 통섭형 인재, 공정하고 따듯한 인재로 성장해갈 것을 당부했다. 그는 ‘양심’ 때문에 이런저런 사회활동을 했던 일화를 설명하며 자신의 마음 속 작은 양심의 촛불을 나눠주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공평이 양심을 만나면 비로소 공정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모름지기 서울대인이라면 누구나 치졸한 공평이 아니라 고결한 공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선배들은 입으로는 번드레하게 공정을 말하지만 너무나 자주 실천하지 않는다. 여러분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에서는 종종 무감각한, 때로는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밀어붙이는 불공정한 공평이 아니라,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우리 사회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통섭형 인재’도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졸업장이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을 얻을 때에도, 70대에 할 일을 찾을 때에도 지금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하진 않는다. 앞으로도 쉼 없이 배우고, 일하고, 또 배우고 일해야 한다. ‘융합의 세기’, 21세기를 살아내려면 ‘통섭형 인재’가 되어야 한니다. 겸허한 자세로 평생 공부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울대인은 공정하고 따듯한 리더가 돼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고 전했다. 특히 그가 관찰한 자연에도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면서 “부디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