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미상, <오봉산일월도> 종이에 채색, 90 X 222cm, 호암미술관 소장, 19세기
1. 그림 <오봉산일월도>
오봉산일월도는 하늘에 걸려 있는 붉은 해와 흰 달, 청록색의 다섯 봉우리의 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두 줄기의 폭포, 붉은 수간(樹幹)에 녹색의 무성한 잎을 가진 소나무, 그리고 파도와 포말이 출렁이는 물을 소재로 하여 그린 그림을 말한다.
2. 이 그림의 용도는?
오봉산일월도는 임금 전용의 도식적 그림이다. 이 그림은 경복궁 근정전, 창경궁 명정전 등 임금이 임하는 장소라면 어느 곳이나 어좌 배경에 설치되었다. 실내용 뿐만 아니라, 왕이 거동하여 임시로 머무는 장소, 예컨대 전시(殿試)를 치르는 과거 시험장 등 야외에도 왕의 주변을 장엄하는 그림으로 사용되었다.
3. 이 그림의 배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가?
<오봉산일월도〉의 배후에는 동양 내지 한국의 여러 가지 전통 사상이 혼재·융합된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중 중요한 두가지를 보자.
첫째, 오악신앙(五嶽信仰)과의 관련성이다. 이 그림의 중심 소재가 되어 있는 다섯 봉우리의 산, 즉 오봉산을 동양 고래의 산악신앙, 그 중에서도 오악신앙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오악이란, 우리 나라의 경우는 동악 금강산, 남악 지리산, 서악 묘향산, 북악 백두산, 중악의 삼각산으로 설정되어 있다.
국토의 산들 중에 중요한 다섯 산들을 오악으로 설정하고 신격을 부여하여 산신에게 제사하는 것은 한국인의 기본적인 산악 신앙이었으며, 그것은 천신사상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둘째, 《시경 詩經》에 나오는 〈천보 失保〉시와의 연관성이다. 그 근거는 〈오봉산일월도〉에 등장하는 해·달·산·물·소나무 등의 소재가 천보의 시에 등장하는 소재들과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볼 때 〈오봉산일월도〉는 임금을 달· 해· 산· 소나무를 비유하여 변함없고, 이지러짐이 없으며, 영원 무궁토록 자손이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천보의 시는 신하가 임금에게 보답하는 뜻으로 노래한 것이다.
SPO 파초의 고미술 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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