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올해 대입의 최대 변수로 등극한 ‘사탐런’이 내년 대입을 치르는 고2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고2 9월 전국연합학력평가(이하 9학) 탐구 선택과목별 응시자 수를 분석한 결과, 사탐과 과탐의 과목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사탐의 세계지리와 세계사가 30%p를 웃도는 증가율을 보인 반면, 과탐 지구과학Ⅰ은 불과 2.3%p의 증가율이다. 특히 화학Ⅰ은 4.5%p, 생명과학Ⅰ은 4.8%p로 물리학Ⅰ을 제외한 모든 과탐이 5%p를 밑돌았다. 필수 과목인 한국사를 포함해 국어/수학/영어 모두 10%p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탐런은 과탐에 수험 부담을 느낀 자연계 학생들이 사탐과 과탐을 교차선택하는 식으로 이탈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학 모집단위는 자연계를 지망함에도 의도적으로 점수 획득이 쉬운 사탐에 응시하는 것이다. 대부분 중하위권에서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2025정시 입시결과가 나오면 고2의 사탐런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사탐런이 올해 고3 3월학평에 등장해 6월모평부터 심화하면서 아직은 모의고사상 변화로 볼 수 있지만, 원년인 2025수능과 정시 결과가 나오면 학습 효과로 너도나도 사탐에 뛰어들 것이라고 분석된다. 한 대치동 대형학원 관계자는 “여전히 지정 선택과목을 적용하고 있는 의약계열이나 서울대 자연계열이 아니라면 굳이 과탐을 택할 필요가 없다. 어려운 과탐과 쉬운 사탐이 통합변표를 사용하게 되는 것도 불공평한데 심지어 인문계열에도 사탐 가산점이 신설되는 추세다. 이렇게 되면 올해 입시결과를 보고 사탐을 택하는 고1,2 학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입 전형변화 역시 ‘지정 선택과목 폐지’ ‘통합변표 사용’ 등 사탐런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올해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 등 상위대학을 포함해 수도권 17개교가 수능 선택과목 지정을 폐지한 데 이어 내년엔 고려대 홍익대 등 주요대학 역시 모집단위와 계열에 구분 없이 사/과탐 응시가 가능하다. 통합변표도 지난해 연대 건대 한국외대 등이 도입하면서 올해 정시에서도 사/과탐 통합변표를 사용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대입 학습효과’ 고2 사탐런 증가.. 사탐 16%p 증가, 과탐 5%p 증가>
최근 2년간 고2 9학 탐구 선택과목별 응시 현황을 살펴본 결과, 2026수능을 치르는 올해 고2 수험생들 사이에서 사탐런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고2의 경우 출생인구 증가로 국어/수학/영어/한국사 등 공통과목의 응시인원이 모두 10%p가량 증가한 반면, 탐구는 과목별 격차가 심각했다. 사탐에서 세계지리와 세계사는 30%p를 웃도는 증가율을 보인 반면, 과탐에서는 지구과학Ⅰ이 불과 2.3%p라는 증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10%p 증가율을 보인 국수영한 등의 과목과 비교하면 과탐의 경우 실질적으로 감소했다고 강조한다.

2023년 대비 2024년 과목 선택 인원 증감을 분석한 결과, 세계지리는 무려 30.3%p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23 9학 2만2970명에서 2024 9학 2만9939명까지 6969명이 늘었다. 세계사 역시 30%p로 높은 증가율이다. 2024 9학 응시인원은 2만4244명으로 지난해보다 5592명 늘었다. 이어 경제 19.9%(2023년 1만3567명→2024년 1만6261명), 한국지리 17.3%(2만7659명→3만2444명), 사회/문화 17%(6만0984명→7만1348명), 윤리와 사상 15.8%(4만3610명→5만0518명), 동아시아사 14.2%(1만1370명→1만2990명), 생활과 윤리 11%(7만6657명→8만5127명), 정치와 법 6.3%(3만5316명→3만7524명) 순이다.

30%p를 넘는 증가율을 보인 사탐과 달리, 과탐은 증가율이 물리를 제외하면 5%p를 밑도는 증가율을 보였다. 학평 응시인원 자체가 10%p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감소한 것이다. 특히 지구과학Ⅰ이 심각하다. 증가율이 2.3%p(8만4461명→8만6430명)로 가장 낮았다. 화학Ⅰ 4.5%(6만9583명→7만2699명), 생명과학Ⅰ 4.8%(10만9673명→11만4924명)로 두 과목도 5%p 미만이다. 유일하게 물리학Ⅰ만 11.2%(5만2650명→5만8538명)로 과탐 중 10%p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고3의 정시 결과까지 보고 나면 고2의 사탐런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올해 정시에 각 대학이 선택과목 제한을 폐지하는 등 과목 간 허들을 없애고 있을 뿐 아니라 사/과탐 통합변표를 사용하는 대학도 증가하면서 사탐이 더 유리하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대치동 대형학원 관계자는 “여전히 필수응시과목을 적용하고 있는 서울대 자연계열이나 의약계열이 아니라면 굳이 불이익을 감소하고 과탐을 택할 필요가 없다. 어려운 과탐과 쉬운 사탐이 통합변표를 사용하게 되는 것도 불공평한데 심지어 인문계열에도 사탐 가산점이 신설되는 추세다. 이렇게 되면 올해 입시결과를 보고 사탐을 택하는 고1,2 학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정시에 선택과목 제한을 폐지한 수도권 대학은 17개교나 된다. 건국대 경희대 광운대 국민대 동국대 서울과기대 성균관대 세종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항공대 한양대 한양대(ERICA) 등 17개교가 지정 선택과목을 폐지했다. 수시에서도 서울과기대 세종대 아주대 인하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항공대 한양대(ERICA)의 8개교가 지정 선택과목을 폐지했다. 현 고2가 치르는 대입인 2026학년에도 고려대 홍익대 등 주요 대학도 선택과목 제한을 폐지한다.

<2025수능 사탐런 ‘3배 증가’.. ‘과탐 점수 획득 관건’>
이미 2025수능부터 사탐런은 심화한 상황이다. 수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자연계 하위권에서 사탐에 뛰어들면서 사탐(1과목)+과탐(1과목) 조합도 지난해보다 무려 3배 증가한 5만2195명(10.3%)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만9188명(3.9%)보다 크게 증가했다. 과탐만 선택한 비율은 37.8%로 지난해 47.8%보다 10%p 하락했다. 반대로 사탐만 선택한 비율은 51.8%로 지난해 48.2%보다 상승했다.

사탐에서도 사회/문화와 생활과윤리를 선택한 비중이 압도적이다. 탐구 지원자 50만4737명 중 18만5014명(36.7%)이 사회/문화를 선택했으며, 18만3441명(36.3%)이 생활과윤리를 선택하면서 두 과목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지난해보다 사문은 4만3998명 증가, 생윤은 2만2432명이 증가했다. 자연계의 사탐런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과탐의 경우 응시인원이 감소하면서 점수 획득이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입시업체 관계자는 “화학Ⅰ의 경우 2021~2022학년엔 각 8만명가량이 접수했는데 올해는 5만명가량이 접수했다. 3년새 3만명가량 감소한 것이다. 특히 화Ⅰ은 그동안 수능 시험 자체의 어려움으로 선택인원이 꾸준히 감소했는데 이번에 사탐런까지 겹치면서 응시인원이 더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화Ⅰ의 경우 응시자가 지난해보다 1만5440명 감소한 4만8758명으로 과탐Ⅰ과목 중 가장 낮은 지원율을 보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역시 “사탐에서 접수자가 늘어난 사문과 생윤은 수능 등급과 점수 확보에 유리하다. 반면 접수자가 감소한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화학Ⅰ은 수능 점수 확보에 불리하다. 과탐Ⅱ에서는 화학Ⅱ 물리학Ⅱ 과목은 지난해보다 접수자가 증가해 등급/점수 확보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